1. 요약
염영숙 여사는 부산행 기차에서 자신의 파우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 한 사내의 전화를 받고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가 잃어버린 파우치를 돌려받는다. 서울역에서 노숙을 하는 듯 보이는 사내에게 보답하기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편의점으로 데리고 가 그가 찾는 박찬호 도시락 대신에 산해진미 도시락을 제공하고 또한 언제든지 와서 도시락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호의를 베푼다. 그리고 그 사내는 그 호의에 보답하듯 매일매일 저녁 상품 폐기시간에 맞추어 와서 염 여사가 허락한 새 도시락 대신에 폐기 도시락을 먹고 야외 테이블 주변을 청소까지 알아서 하는 기특하고 특이한 행동을 한다. 그러한 사내에게 궁금증을 느낀 염 여사가 이름과 나이, 그리고 전에 일했던 직업을 묻지만 '독고'라는 실명같지 않은 이름만 얻어낸다.
염 여사에게는 놈팽이같은 아들과 잘난 딸이 있다. 놈팽이 아들은 그동안 말아먹은 사업도 모자라 엄마의 유일한 사업체인 편의점을 정리하고 그 돈을 자기 사업에 투자하라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피우며 엄마인 염 여사를 괴롭힌다. 딸은 그 잘난 만큼이나 자신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 영리하고 재테크며 살림에 늘 진심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딸의 그러한 계산적인 삶은 염 여사에게 점점 낯설고 멀게만 느껴지게 만든다.
이렇듯 염 여사 자신의 친자식들보다는 자신의 편의점에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더욱 더 자신의 가족같이 느껴지고 편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러던 중 염 여사는 야간 시간을 지켜주던 직원인 성필 씨가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되어 갑자기 편의점을 그만 두게 되는 긴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아들에게 도움을 구했지만 여지없이 퇴짜를 맡은 것도 모자라 울화통만 터지게 되고 결국 주간알바 시현과 염 여사 자신이 돌아가며 야간근무를 하게 된다. 그런데 야간 근무 중 손님으로 들어온 불량 청소년들과 시비가 붙게 되면서 급기야 폭행을 당하게 되려는 찰나 독고씨가 느닷없이 나타나 지혜롭게 사건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염 여사는 독고씨에게 신뢰를 갖게 되고 야간 근무를 제안하게 된다.
2. 느낀 점
긴장감으로 시작하지는 않지만 첫 도입부부터 일련의 사건을 통해 어쩌면 저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비슷할까 하는 공감으로 맘 속에서 맞장구를 이끌어내고 있어 편안하지만 군데군데 숙제를 안겨주는 것 같아 읽으면서 멈칫 멈칫 하게 만든다.
책 속의 상황과는 좀 반대의 상황이 떠오른다. 파우치에 사내의 피와 콧물이 묻을까 염려하는 모습은 내 기억의 꼬리를 물고 과거로 돌아가 예전에 삼성에 첫입사를 하면서 신입훈련과정에 꽃동네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때를 기억나게 한다. 치매 노인들과 독거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천주교에서 조성한 작은 동네였는데 신입사원 교육 차원에서 며칠을 의무적으로 봉사하는 것이었지만 나름 크리스찬의 명예를 맘 속에 다짐하며 기꺼이 봉사하겠노라고 다짐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건물 안 마치 학교 교실처럼 생긴 방들을 들어가면서 코에 훅 들어온 그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역겨운 냄새에 깜짝 놀란 나 자신에 더 놀랐었다. 끈적끈적한 복도와 방 바닥들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했던 걸레질, 식사를 받아서 노인들에게 전달해 주었던 일, 그리고 그 중 하이라이트는 치매 노인이 옷에 실수한 변을 치우는 일이었는데, 옷을 벗기고 변으로 엉망이 된 엉덩이를 수건으로 닦고 새로 기저기를 채운 후 다시 새 옷을 입히는 일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제발 나를 부르지 않기를 기도하며 차라리 하루종일 걸레질을 하겠노라고 다짐하던 나의 모습. 그런데 동기 중 한명이 그 난감한 일을 서슴없이 처리하고 있었고 그러한 동기를 보는 나는 안도와 함께 존경심이 교차하며 좀 마음이 복잡해졌던 것 같다. 그 친구가 믿음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죽어가던 나그네를 도운 사마리아인은 바로 그 친구가 아닐까. 정작 크리스찬의 명예를 지키겠다던 나는 애초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그 시궁창 같은 곳을 언제 빠져나올지 날수를 세던 이중적인 나의 모습에서 염 여사의 본인 스스로의 짜증이 백번 공감이 된다.
3. 나의 적용
나의 상황과 열악한 주변 환경에 상관없이 어려운 사람을 도울 마음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가?
내가 속한 그룹이나 공동체 속에서 힘든 관계가 있을 때 그것을 극복할 마음이 있는가?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것인지 구체적 예시를 든다면?
4. 실천방법
성경적 관점과 크리스천의 관점으로 해석한 내용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래 정진부 목사님의 블로그에서 좀 더 깊은 내용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 정진부 목사님 post '불편한 편의점 - 산해진미 도시락'
섬세한 집사님의 감성으로 써내려간 글은, 몇주가 지나서 다시 읽어봐도 참 좋았습니다. 아마 집사님이 아니셨다면 제가 평생에 이 책을 읽고 나눌 생각을 못했을 텐데 제안해주시고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내가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그것을 표현하고 글로써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귀하고 또 엄청난 능력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과정 속에서 집사님의 영혼과 삶 가운데 놀랍게 역사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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